우산은 언제나 조용히 곁에 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잊혀지고,
비가 오면 아무렇지 않게 손에 들린다.
우산은 말을 하지 않고,
향도 없고, 무게도 그리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산은 꼭 언젠가 사라진다.
⸻
카페에, 지하철에, 편의점 입구에.
놓고 왔다, 깜빡했다, 어쩌다 보니.
하지만 정말 우연이었을까?
⸻
우산은 우리를 잠시 보호해준다.
거센 빗줄기 속에서도,
잠깐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나만의 작고 조용한 세계.
그 공간이 사라지는 순간,
우산은 그저 도구가 아니라,
한 장면의 끝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
우산을 잃는 건,
우산이 그저 사라진 게 아니라
그날의 기억을 마무리하고 떠난 것일지도.
우리 삶 속에서
몇몇 존재는, 그렇게 조용히 퇴장한다.
⸻
아무도 묻지 않지만,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우산은 함께 비를 막아준 뒤,
떠나기로 정해진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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