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은 비를 막아준다. 그러나 외로움까지
막아주지는 못한다.
비가 내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산을 편다.
우산은 비를 막아주는 보호막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산을 펼치고 걷는 순간, 세상과 나 사이에 묘한 거리가 생긴다.
비를 피하고 있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더 외로워진다.
우산은 물리적인 장벽을 만든다.
빗방울과 우리를 차단하는 동시에,
주변 소리마저 약하게 가려버린다.
비 오는 거리의 소음은 멀어지고,
우산 안은 오로지 나 혼자만 남는다.
작은 공간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만 마주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거리를 걷고 있어도,
우산 속의 나는 그들과 분리된 작은 섬이 된다.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세운 우산이,
결국은 나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킨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는 느끼지 못하는 외로움이다.
하지만 빗속에서는,
우산을 쓰는 순간부터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된다.
우산은 세상을 흐릿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나는 작은 세계를 짊어지고 걷는다.
어쩌면 우리는 비를 막기 위해 우산을 쓴 것이 아니라,
잠시 세상과 거리를 두기 위해 우산을 펼쳤는지도 모른다.
비를 피했지만, 외로움은 피할 수 없었다.
'사소한 궁금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Unasked Things #21] 왜 유리창에 이슬 맺히면 손으로 그리게 될까? (0) | 2025.05.13 |
|---|---|
| [Unasked Things #20] 왜 지우개로 쓴 글씨는 완전히 안 지워질까? (0) | 2025.05.12 |
| [Unasked Things #17] 왜 녹음된 내 목소리는 낯설게 들릴까? (0) | 2025.05.09 |
| [Unasked Things #9] 밤이 되면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 (0) | 2025.05.01 |
| [Unasked Things #1] 거울 속에 갇힌 나, 7일 간의 기록 (0) | 2025.04.27 |